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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연구생활

양파 연구 이야기 - 조사의 시작

by Gothesis 2020.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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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로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면서 격었던 이야기다.
먼저 양파로 실험을 진행했던 이야기부터 하려고 한다. 과학자, 그것도 생물학자가 뭘 하는지 알고 싶은 초중고딩. 그리고 철없는 대딩이들에게 바치는 글이다. 재미나게 읽어.

이 글의 본질은...

 

개고생한 이야기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아! 이 실험 재미있겠다.'
하고 달라붙어서 실험을 한 것은 양파 실험이 처음이었다.
정말 필요한 실험이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었다. 또 그래서 많이 배웠다.

 

열심히 공부했다. 진짜!

 

양파는 일년에 농사를 한번만 짓는다. 8월-9월에 파종하여 겨울을 보내고 다음 해 4월에서 6월에 수확을 한다. 이는 일반 농법일 때 이야기고 고랭지 농법 등 다른 농법을 이용할 시 파종 시기와 수확 시기가 달라져 사실상 양파가 1년 내내 나는 것은 사실이나, 수확을 한 양파는 창고에서 길게는 다음 해까지 1년정도 보관을 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과일 같은 경우에는 때가 있어서, 그 시즌에만 파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금은 일년 내내 안 나오는 과일이 없지만 과일은 많이 팔리고, 많이 나오는 때가 정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양파같은 채소는 일년 내내 나와야 한다.

 

양파가 없는 자장면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양파를 보관할 때 황 처리를 한다고 한다.
황을 처리하면 양파를 호시탐탐 노리는 해충, 곰팡이, 세균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파가 보관되어 있는 장소가 문제인데... 창고가 쇠로 된 건물로 지어져 있다는 게 문제다. 황은 쇠를 산화시키고 부식시키고... 겨우 양파 보관하겠다고 창고를 다시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황이 아닌 다른 물질을 찾아야만 했고.
실질적으로 양파가 보관 중에 어떤 원인에 의해 가장 피해를 많이 받고 있는지를 조사해야만 했다. 논문 검색을 통해 보관중 양파에 피해를 주는 것은 저장 곰팡이임을 확인했고, 외국 자료들은 많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직접 조사해야만 했다.

 

 

뚜둥.

 

나는 가락시장에 가서 썩은 양파를 구매했다. 한번에 20kg씩.
건전한 양파는 필요치 않았다. 내가 필요로 한 것은 이미 맛탱이가 가서 썩은 냄새가 나는 양파만 필요로 했다.
썩은 양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썩은 양파만을 구하는 사람을 상인들은 경계했고, 방송국에서 나왔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많았다. 아니라고.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설득을 거쳐 썩은 양파만 사는데도 꽤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리고 썩은 양파를 구하러 가기 전에 나는 많은 일을 했어야만 했다.
모든 실험은 결국에는 숫자와 그림으로 정리되지만, 이 숫자와 그림이 나오기 전에는 엄청난 노가다를 요한다. 썩은 양파 20kg에서 나올 곰팡이가 얼마나 될까? 나는 200개 정도의 곰팡이가 나올 것으로 예상을 했었고, 그래서 500개의 *Lactic acid가 첨가된 *PDA 배지를 만들었다.

*Lactic acid는 배지에 세균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처리하였다. 세균은 곰팡이와 비교했을 때 산성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PDA배지는 Potato dextros agar를 이용해서 만든 배지다. 곰팡이를 기르기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배지다.

20kg의 썩어가는 양파는
생각보다 냄새가 매우 심했고, 매우 빠르게 썩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양파의 바스락거리는 것껍질을 까고, 썩어가는 환부를 도려냈다. 그리고, 그 환부에서 가까운 부분을 잘라서 배지 위에 올려놓았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복잡한데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양파의 것껍질을 제거하고, 썩어가는 환부에서 가까운 건전한 부분을 화염소독한 수술칼로 잘라내서 *1% NaOCl 용액에 담가 소독한 뒤 각 1분간 3번 *SDW에 담가 세척하고, 멸균된 filter paper에 올려 말린 뒤 PDA에 올렸다. 혹시라도 놓칠까봐 하나의 환부당 각기 다른 곳을 5번 도려내었고, 이것을 같은 PDA에 멀찍이 떨어뜨려 올려 놓았다.

*1% NaOCl 듣기는 멋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락스다. 1% 락스를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곰팡이를 제외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세균을 모두 죽이는 방법이다.
*SDW는 Sterilized Distilled Water의 줄임말이다. 멸균 증류수. 나는 곰팡이만 분리하기를 원하므로 멸균된 증류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고 설명하는 게 맞을 거다.
이 방법으로 20kg의 양파에서 엄청나게 많은 곰팡이를 분리해 냈다. 약 480개 쯤...
이게.. 시작이었다.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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