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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연구생활

양파 연구 이야기 - 산 넘어 산

by Gothesis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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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에서 분리한 250여개의 곰팡이...

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았다.

 

1. 250여개의 곰팡이가 정말로 하나의 곰파이만 분리되었는지 키우면서 확인할 것

2. 250여개의 곰팡이를 특징에 따라서 분류할 것

3. 분류한 곰팡이를 DNA 분석을 통해 종과 속을 알아낼 것

4. 그 중에서 양파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를 찾을 것.

5. 그 곰팡이가 알려져있는 곰팡이인지 새로운 곰팡이인지 확인할 것.

6. 알려진 곰팡이라 할지라도 양파에 병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곰팡이인지 그것이 아닌지 확인할 것.

7. 곰팡이에 병을 냈는데, 아직 알려진 곰팡이가 아니라면 코흐의 법칙을 통해 병을 냄을 증명할 것.

 

그리고 가장 힘든 것은

아... 이건..

이 모든 과정을

혼자 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배가 한 분 있었지만, 종 분류에 대한 기본적인 프로그램 사용법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고 그 이후로는

여러 일에 바빠 이 일에 깊게 관여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교수란...

노예 감독관이지...

노예감독관이지 선생님은 아니다.

그래도 이 당시 나의 짬은 박사과정.

생명과학 실험실 내 기본적인 실험은 모두 가능하였고, 논문 검색 및 자료 검색은 매우 능숙한 때였다.

이 때까지 논문 한 편 안 썼다는 것이 큰 단점이었고. 

그 이유 떄문에 죽자고 만든 결과를 뺴앗기기도 했다.

 

일단 천천히 일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1. 250여개의 곰팡이가 정말로 하나의 곰파이만 분리되었는지 키우면서 확인할 것

 

문제의 경우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였다. 분리한 양파 단편에서 1개의 곰팡이가 자라는지, 여러개의 곰팡이가 자라는지 살피기만 했으면 되었으니까. 균사의 모양이 상이하거나, 색깔이 상이하거나 이상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 새로운 PDA를 꺼내 곰팡이를 또 분리하였다.

 

2. 250여개의 곰팡이를 특징에 따라서 분류할 것

 

이 역시 두개의 기준을 정했다. 곰팡이의 색깔과 균사의 모양을 기준으로 같은 색과 모양을 가진 것끼리 분류하기 시작했다. 외형이 같다고 해서 같은 종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현실적으로 250개의 모든 곰팡이를 살펴보기에는 힘드므로... 대표적인 곰팡이를 정해서 실험해야 할 대상을 10개 이하로 줄여야 했다.

(지금 같으면 NGS 방법으로 전체 곰팡이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다. 그렇게 한다면 이 실험이 무척 편해졌을 것 같다. 물론 새로운 병원균이 발견되면 그 병원균을 분리해야 하니까 이 짓을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라뗴는 말이야... 이런것도 모르는 ㅂㅅ이었지...

 

그리고 사실 이 때가 2013년으로 NGS를 하고자 했으면 할 수도 있었던 시점이었다.

실험실 내 교수를 포함 이 존재 자체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 없었던 게 흠이지만...

 

3. 분류한 곰팡이를 DNA 분석을 통해 종과 속을 알아낼 것

이렇게 250여개의 곰팡이 중 대표되는 모양을 10개 남짓 분리해 내었고, 여기서 gDNA를 뽑아 ITS, 베타튜불린, 카모듈린을 증폭시켜 계통도를 그리는 작업이다. 지루한 실험이 계속되었다.

사실...

여기서 샘플을 회사에 보내서 시퀀싱까지 시키는 방법이 있었는데...

 

도비가 그런 호사를 누려선 안돼

감히 도비가 하청을 시키다니 안될 말씀.

너는 월급도 30만원만 받고

쉽게 갈 길을 어렵게 가면서 배워야 하는데

니가 배우는 건 니가 나중에 쓸 데가 되면 쓰레기가 될 것이야.

그리고 니가 나중에 쓸 기술들은 니가 알아서 배우고.

아... 그리고 그거 배울때 돈이 필요하다면 니가 알아서 내. 물론 등록금도 니가 내는거야.

하지만 그 기술로 쓴 논문에는 교수 이름이 들어가야만 하지. 알겠니?

 

라는 마인드를 누군가 가지고 있었기에.

혼자 해 내는 수밖에 없었다. 포자와 균사에서 gDNA를 추출했는데, PCR과정에서 잘 안될때 먹는 욕은 덤이었고...

 

그럼 다음 시간에는

이렇게 힘들게 얻어낸 시퀀싱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4번부터 해결해 보겠다.

다음 이시간에 봐요!!

 

*사실 교수들이 저러한 시각과 견지를 가지고 학생을 대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교수가 되었으니까. (사실 본인은 미국유학가서 이렇게 하지도 않고 교수는 되었지만, 남들이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지 하는 사람도 많다.)

교수는 상당히 안정된 직업이라 사회가 바뀌든 말든 지 원하는대로 하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연구를 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사회 전체가 바뀌고 성숙해서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도태되게 하는 거나 유행 따라하듯 사회 전체의 생각을 따라가게끔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수들이 감방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아니다.

 

그러니까

아직은 대학원 가지 마라.

시기상조다. 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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