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게 만들기

아이를 셋이나 키우면서 밤마다 가장 어려운 일은

바로 재우는 것이다.

요새는 그래도 아이들이 많이 커서 어두운 방에 몰아넣고 자장가를 불러주다보면 잠이 들기도 하는데,

선곡을 잘못했을 경우에는 모두 흥분해서 노래를 열창하거나.

심지어 댄스파티가 벌어지기도 한다.

 

갑분춤이 된다는...

그래서 제일 괜찮은 방법 중 하나가.

유튜브중에 플래이엔 조이 ASMR 잠자기 동요

이미지: 잠이 솔솔~ ASMR 모음집 모아보기 / 동화책 읽어주기 / 플레이앤조이 ...

를 틀어주는 방법이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잠이 들지 않는 경우가 생겼고.

심지어 서로 듣고 싶은 동화를 듣겠다며 난투극을 벌이기도 하는 것이다.

 

주로 얼굴을 공격하더라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내가 직접 옛날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를 기억해 보면, 내 삼촌이 이런 짓을 나에게 했었다.

옛날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역시 옛날 이야기는 왕자와 공주지.

"옛날에 공주님과 왕자님이 살았어요. 어느날, 왕자님이 먼 곳으로 떠나기로 했어요. 공주님은 왕자님이 떠나는게 싫어서 엉엉 울었어요. 그러자 왕자님은 떠나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공주님은 하하하 웃었답니다. 공주님의 하하하 웃는 얼굴을 보고 안심이 된 왕자님은 다시 떠나기로 했어요. 그러나 공주님은 엉엉 울었답니다. 그러자 왕자님은 떠나지 않기로...."

 

이렇게 무한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고있다보면 눈이 가물가물해지고 정신이 ㅇ ㅏ 득해지는 것이었다.

 

졸리다...

그런데 우리 큰 애가 이미 이 이야기와 이 전략을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우리 1학년 아이는 괴성을 질러대며 이 이야기는 너무 '지루' 하며 '졸리' 다고 난리였다.

그게 내 목적이건만...

 

그래서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쥐와 고양이는 옛날 이야기 소재로 딱이다.

이야기 1

 

"옛날에 어느 마을에 고양이와 쥐가 살았어요. 고양이는 쥐들을 몽땅 잡았습니다. 고양이에게 잡아먹히게 된 쥐들은 슬퍼서 엉엉 울었어요. 엉엉 우는 쥐들을 보자, 고양이는 쥐들이 불쌍해졌어요. 그래서 고양이는 배가 고프지만 쥐들을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고양이가 쥐들을 풀어주자, 쥐들은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췄어요. 덩실덩실 춤을 추는 쥐들을 보자, 배가 고푼 고양이는 다시 화가 났어요. 그래서 고양이는 쥐들을 몽땅 잡았습니다. 고양이에게 잡아먹히게...."

 

이야기가 4바퀴쯤 돌자 큰 아이가 질색하며 질문을 던졌다.

 

"저 쥐들은 그냥 좀 가지 왜 그 앞에서 춤을 춰?"

 

나는 잘 생각해보라고 둘러대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다시 한 4바퀴쯤 돌자 어린 두 아이는 꿈나라로 떠났고, 큰 아이는 비명을 질렀다.

 

"그냥 고양이가 몽땅 다 잡아먹어버렸으면 좋겠어!!!"

 

첫째를 조용히 시킨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이야기를 바꾸었다.

잭과 콩나무도 조금만 변형하면...

이야기2

 

"옛날에 잭이라는 아이가 살았어요. 잭은 엄마와 같이 살았는데, 어느날 엄마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할 수 없이 엄마는 집에 있는 소를 잭에게 내어주며 말했지요. 이 소를 장에 가서 내다 팔고 약을 사 오려므나. 잭은 소를 끌고 시장으로 향했어요. 시장으로 향하던 중, 마법사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마법사 할아버지는 잭에게 공짜로 콩알 하나를 주었어요. 이 콩알을 먹으면 엄마가 씻은 듯이 나을거란다. 잭은 소를 끌고 다시 집으로 왔어요. 엄마는 콩알을 먹고 병이 나았답니다. 다음날이 되자 엄마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어요...."

 

이 이야기도 4번쯤 돌자 큰 아이가 비몽사몽에 질문을 던졌다.

 

"왜 콩을 자꾸 먹어. 그 콩은 하루만 안 아픈데, 차라리 빨리 소를 팔아서 약을 사 오겠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바꿔 주겠다고 했다.

흥미진진...

이야기 3

옛날에 백설공주가 살았아요. 그리고 백설공주에게는 고약한 마녀 왕비도 있었답니다. 고약한 마녀 왕비는 마법 거울에게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물어보았어요. 마법 거울은 백설공주가 가장 예쁘다고 대답했습니다. 화가 난 마녀 왕비는 백설공주를 숲으로 쫒아냈어요. 숲으로 쫒겨난 백설공주는 길을 잃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때 일곱난쟁이가 나타났어요. 일곱난쟁이는 백설공주를 다시 성으로 데려다주었지요. 다음 날 왕비는 다시 마법 거울에게 누가 가장 예쁘냐고 물어보았어요...

 

이야기가 네 번 쯤 돌자

방에는 조용히 코 고는 소리만 들려왔다.

 

일단 내 성공이었다.